AM 06:00
미국의 중심 뉴욕시. 뉴욕시의 중심인 엠파이어스 스테이트 빌딩을 지나면 브루클린교가 보인다. 브루클린교를 건너 278번 도로를 따라 썬셋파크를 지나 내려오다보면 코스트코 건물이 보인다. 분기점을 따라 도로를 벗어나면 조금은 허름해보이지만 나름 치안이 안전한 브루클린 도시가 나온다.
작년, 제임스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CIA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렸을때 봤던 ‘F학점의 첩보원’이란 영화가 그를 이 길로 이끌었다.
영화와 같이 세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면서 요원으로서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제임스는 ‘세이프하우스 지킴이’다.
세이프하우스란 정부에서 중요한 인물를 숨기거나 중요한 증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곳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세이프 하우스는 돌발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각종 방어시스템과 응급장비, 본부와 연락을 위한 최첨단 통신장비까지 갖추어져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와도 대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이프 하우스는 종류에 따라 지킴이가 24시간을 상주하는 곳도 있고 제임스처럼 도심속에서 출&퇴근하면서 지낼 수 있는 곳도 있다. 제임스가 있는 이 곳은 에어비엔비를 운영하는 작은 숙박업체로 등록되어 있었다.
AM 06:30
제임스는 이른 아침 눈을 뜨며 어제 퇴근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접니다”
-핸드폰으로 걸면 안되는거 알자너?
“알아요. 보안 프로그램 깔았어요”
-그 구식 핸드폰 해킹하는 짓도 그만하고
“스마트폰이 더 보안에 취약한거는 아시죠”
-됐고. 설마 또 그 말 하려고 전화 한거 아니지?
“이제 지쳤어요. 현장이 어렵다면 다른 지역은 안되겠습니까?”
-알아보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봐
“매번 기다리라고 하지만 벌써 1년이에요”
-이제 1년이야
“그 1년이라는 말이 앞으로 1년 더 하라는거겠죠”
-제임스!!
“알아요. 아는데. 기약이 없자나요”
-어쩔수가 없어. 시스템이 그래
“……”
-끊을께.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것은 자제해
“알았어요”
상사 웨스트는 늘 기약없이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사실 제임스가 처음부터 이 곳을 벗어나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이 곳을 좋아했다. CIA요원으로서 현장을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몇몇 사건 파일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요원으로 현장에 출동해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하루 하루를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안전가옥 지킴이를 지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다람쥐 챗바퀴같은 일상이 지루해졌다. 매번 업무일지를 올리면서 늘 건의를 해보지만 늘 어제와 같은 대답뿐이었다.
어제 일을 떠올리던 것을 멈추고 침대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몸에 익은 루틴처럼 거실 TV를 켰다.
[……뉴욕 주지사 진 크루즈는 새로운 교도소의 위치를 로렌스 카운티의 데칼프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업스테이트 시민들은 말도 안되는 선정이라는 반응입니다]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가 이번에는 브루클린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에 근방 경찰들은 시위가 폭동으로 변할 것을 예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TV는 하염없이 뉴욕의 뉴스를 토해내고 있었다.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하던 제임스는 뉴욕의 이모저모를 토해내는 TV에 신물이 났다. 그도 그런게 이 곳은 수많은 뉴스에 비해 너무도 심심한 동네였다. 브루클린에 온지 약 1년이 지났지만 큰 사건사고 하나 없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제임스는 매일 하던데로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숍 내부는 조용했다. 이른 아침인 덕분도 있겠지만 무료한 이 동네는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지 않는한 그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주문한 커피가 나올때까지 주변을 둘러보던 제임스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노신사의 신문에 눈이 갔다.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다른 나라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메인코너를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다니깐? 요즘 뉴욕은 밤에 여자 혼자다니기 너무 무서워. 그러니 자기가 데리러 와줘”
제임스 앞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젋은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퇴근후 집에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한손에 커피를 들고 일터에 도착한 제임스는 기계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 건물은 4층짜리 건물로 로비와 같은 1층을 제외하고 각층은 5가구정도가 사는 작은 건물이었다. 제임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버튼을 눌렀다.
4층에 내린 제임스는 천천히 복도를 걸어 403호로 들어섰다. 4층이 다른층과 다른점이 있다면 4층 역시 401호부터 405호까지 5개의 호수로 되어 있지만 안은 전부 이어져있었다. 4층 자체가 제임스의 근무지이자 CIA에서 관리하는 세이프 하우스였다.
AM 09:00
제임스는 세이프 하우스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 두고 출근도장을 찍으러 통신실로 향했다. 출근도장이라고 해봤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주 전원을 올리고 통신장비를 키는 것으로 본부와 연결된다. 제임스는 전화기를 닮은 통신장비 송신기를 들어올렸다.
“알파-5476”
뒤이어 수신기를 통해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부다
“2022년 8월 15일 5번째 세이프 하우스 오픈했다”
-알았다
“예약 현황 확인 바란다”
-없다
무미건조한 짧은 대화는 기분 나쁠법도 했지만 늘상 있는 일이라 상관없었다.
“갑작스럽게 예약이 잡힐 가능성은?”
-역시 없다. 대기 바란다.
“알았다”
[딸깍]
제임스는 오늘도 할일없이 보내야 함을 직감했다.
출근을 알리고 보급물품은 이상 없는지 확인한다. 혹시 모를 위급상황을 대비한 응급구조 물품부터, 탄약과 총기류를 확인하는데는 10분도 채 안걸렸다. 제임스는 로비에 두었던 커피를 들고 통신실에 앉았다.
“츨근 도장도 찍었고 정비도 했고 커피도 마셨고..오전 업무 끝인가?”
할일을 마친 제임스는 혼잣말을 하며 통신장비 위에 거치되어 있는 낡은 아날로그 탁상시계를 보았다. 아날로그 탁상시계의 바늘은 이제 겨우 9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이프 하우스에는 책도 있었고, 체스나 카드도 있었다. 시간을 떼울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있었지만 제임스는 그것들과 친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은 할만 했지만, 혼자서 체스와 카드를 즐길만큼 스스로와 친하지 않았다.
PM 05:58
오늘도 월급 루팡을 끝내고 퇴근을 하가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는 중, 모처럼 통신장비가 울렸다. 통신장비가 먼저 울리는 경우는 둘중에 하나다. 근무보고를 원하거나, 급예약이 잡히는 경우였다.
제임스는 당연히 업무일지를 활짝 피며 업무보고를 하려했지만 수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말은 제임스의 예상과 달랐다.
-긴급예약이 잡혔다. 2시간 뒤에 게스트 입실 예정이다
“……”
-코드네임 I.N.F.E.R.N.O.4.7. 다시 말한다. 코드네임 I.N.F.E.R.N.O.4.7.이다”
“알겠다. 게스트 인원은?”
-VIP 1명과 수행원 3명이다
“Ok 그 밖에 알아야 할 내용은?”
-없다. 추가내용은 수행원이 현장에서 안내해줄 것이다.
“알겠다”
‘코드네임이 인페르노라니. BK를 불바다로 만들셈인가?’
제임스는 수신기를 내리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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